성남시

정상혈압인데 고혈압?’…가면고혈압·백의고혈압 주의보

아리송한 가면고혈압과 백의고혈압, 조기 발견과 생활습관 관리 중요

 

더뉴스인 주재영 기자 | 건강검진에서는 혈압이 정상이었지만 실제로는 고혈압 상태로 진단받는 이른바 ‘가면고혈압’ 환자가 늘고 있다. 반대로 병원에서는 고혈압으로 측정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정상인 ‘백의고혈압’도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착오가 아닌 심각한 건강 위험 신호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 심장혈관내과 오민석 과장은 “가면고혈압은 평균 혈압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시간대나 환경에서만 낮게 나오는 혈압을 기준으로 정상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흡연 후 일시적인 금연, 긴장되지 않는 장소에서의 측정 등도 실제 혈압보다 낮게 나오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백의고혈압’은 병원에 대한 불안감이나 긴장으로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현상이다. 오 과장은 “병원 환경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면서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고혈압이 아님에도 불필요한 약 복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가면고혈압과 백의고혈압의 유병률은 각각 전체 성인의 약 10% 수준이며, 당뇨 등 고위험군에서는 20~30%까지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혈압 환자의 증가와 함께 이 같은 숨은 고혈압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가면고혈압은 실제로 고혈압이지만 병원에서는 놓치기 쉬운 상태이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 뇌졸중, 치매 등의 위험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백의고혈압 역시 장기적으로는 고혈압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 혈압 외에도 가정혈압을 함께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24시간 활동혈압 측정(ABPM) 검사를 통해 하루 동안의 혈압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커피, 흡연, 운동 등을 피한 후 일정한 시간대에 반복 측정해 평균값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민석 과장은 “고혈압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심장마비나 뇌출혈이 첫 증상이 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라며 “가면고혈압은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 치료가 필요하고, 백의고혈압은 경우에 따라 정신적인 안정과 상담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2년 기준 국내 고혈압 환자는 727만 명으로, 2019년보다 약 15% 증가했다. 고혈압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밀한 측정을 통해 숨은 고혈압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