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뉴스인 주재영 기자 | 서해안의 풍경이 이토록 붉고도 장엄할 수 있을까.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의 서쪽 끝자락, 채석강의 북쪽 백사장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붉은 암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적벽강(赤壁江) 이다.
불그스름한 바위 절벽이 빚어낸 비현실의 경관
‘적벽강’이라는 이름에서 이미 느껴지듯, 이곳은 마치 산수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풍광을 자랑한다. 어두운 세일층 위에 유문암이 덮치며 생겨난 페퍼라이트 지층이 기묘한 형태를 이루고, 붉은 바위와 절벽이 해안선을 따라 줄지어 있다. 특히 석양이 붉게 물들 무렵, 이 바위들은 햇빛을 받아 진홍색으로 타오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방문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곳의 바다도 특별하다. 갯벌로 익숙한 서해안 풍경과는 달리, 적벽강은 침식과 풍화작용이 만들어낸 기암괴석과 조약돌, 그리고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며 마치 남해나 동해의 절경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거센 파도가 암벽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는 가슴속 답답함을 씻어내는 듯 시원하다.

번잡함을 피해 걷는 적벽강의 해안 마실길
인근의 유명 관광지인 채석강이 관광객으로 붐빈다면, 적벽강은 한적하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격포해수욕장을 기준으로 채석강의 반대편에 자리해 있어 접근성도 좋다. 이곳은 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시를 남긴 **중국 적벽강(赤壁江)**의 경관을 연상시킨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마실길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길에는 후박나무 군락과 기묘한 바위 조각들이 함께한다. 그중에서도 ‘사자바위’는 적벽강 최고의 포토 스폿으로, 붉은 노을이 바위를 더욱 깊은 색으로 물들일 때면 누구나 그 장면 앞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수성당, 바다의 수호신이 머무는 곳
적벽강 일대에는 서해 바다의 수호신이라 전해지는 ‘개양할미’를 모시는 수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 세월 어부들과 마을 사람들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해온 이 사당은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마음을 내려놓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변산반도의 숨은 보석, 적벽강. 붉은 바위, 푸른 바다, 그리고 타오르는 노을이 어우러진 이곳은 자연이 만든 회화 같은 절경을 선사한다. 조용한 여행지에서 여유를 찾고 싶다면, 서해의 붉은 노을 아래 걷는 적벽강을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