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물소리 따라 걷는 여름의 쉼표

소백산 비로봉 자락, 금선계곡과 금선정

 

더뉴스인 주재영 기자 | 한여름의 열기 속, 마음까지 씻어내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소백산의 숨은 보석 금선계곡을 찾아보자. 충청북도 단양과 경상북도 영주의 경계에 우뚝 솟은 **소백산 비로봉(1,439m)**은 국립공원 제정 이래 수많은 탐방객을 불러들이는 산이지만, 그 아래에 고즈넉이 숨은 금계리와 금선계곡은 아직까지 조용한 휴식처로 남아 있다.

 

소백산의 영봉에서 발원한 시원한 계류는 남쪽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려 **금계리(琴溪里)**에 닿고, 이곳에 자리 잡은 금선계곡은 짙푸른 녹음과 맑은 물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산수화를 그린다. 계곡 중턱에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퇴계 이황의 제자인 **금계 황준량(1517~1563)**이 머물던 고요한 정자, **금선정(錦仙亭)**이 우람한 암벽 위에 놓여 있다. 정자에 앉으면, 은은한 물소리와 함께 솔향 가득한 산바람이 뺨을 스치며 묵은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금선정이 위치한 **금선대(錦仙臺)**는 이름처럼 ‘비단 같은 선경(仙境)’이라는 의미를 지닌 바위 지대. 예부터 이곳은 학문과 자연을 벗 삼던 선비들의 풍류 공간이었다. 특히 황준량은 생전 이곳을 즐겨 찾으며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닦고 시를 읊었다고 전해진다.

 

계곡 입구에서 정자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는 비교적 평이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숲길을 걷는 동안 길게 늘어진 아름드리 소나무와 깨끗한 계류가 동행하며,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는 다람쥐와 산새 소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뜨거운 여름날, 인파에 치이지 않고 한적하게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소백산 비로봉 아래 금선계곡과 금선정을 찾아가보자. 땀방울로 적신 여정 끝에 도착한 정자에서 바라보는 계곡의 풍경은, 더위마저 잊게 할 만큼 깊고 맑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