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서울 중구, 무학제1지구 지적재조사 첫발 내딛어

지난 5일, 무학제1지구 지적재조사측량을 위한 지적기준점 설치 완료

 

더뉴스인 주리아 기자 | 서울 한복판, 주인이 마음대로 나눌 수도 팔 수도 없는 땅이 있다. 바로 중구 무학 제1지구. 법원에서 토지를 나눠도 된다는 판결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토지분할은 그림의 떡이다. 바로 ‘공법상 규제’ 때문. 주민들은 수십 년간 재산권 행사의 어려움 속에 답답함을 호소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중구가 두 팔 걷고 나섰다. 구는 무학 제1지구의 불합리한 토지분할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적재조사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지난 5일 지적재조사측량을 위한 기준점 설치를 완료했다.

 

무학 제1지구(무학동 55번지 일대)는 해방 후 1956년 국가가 토지를 불하하고, 1966년 현 지번으로 환지하며 국가를 포함한 10명이 땅을 소유하게 됐다. 문제는 소유 형태였다. 개별 소유가 아닌 ‘공동소유’로 등록되면서, 토지 소유자들은 매매·개발·근저당 설정 등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를 해결하고자 주민들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공유물분할 소송을 진행했다. 법원은“대지 4필지는 개인 소유로, 도로 2필지는 국가 소유로 분할하라”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기대와 달리 여전히 분할은 불가능했다.‘공법상 규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법원 판결이 있으면 공법과 상관없이 토지를 분할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었지만, 2011년 10월 관련 법 조항이 삭제됐다. 이에 지속적으로 토지분할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고,‘판결분할에 공법상 규제를 적용한다’는 법제처 법령해석 등에 따라 2019년부터 더 이상 판결에 의한 분할은 불가능해졌다.

 

구는 불합리한 규제 해결을 위해 2022년부터 법령 개정 등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구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방안을 강구한 끝에, 지적재조사사업을 통해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지적재조사사업은 기존의 지적공부를 디지털화하고 토지의 실제 현황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바로 잡는 사업이다.

 

구는 법률자문과 적극행정 사전컨설팅 등을 거쳐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또한 서울시와 협력을 강화해‘서울형 지적재조사 사업’시범사업으로 선정, 지적재조사지구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두며, 지난 5일 무학 제1지구에 경계측량의 기준이 되는 지적기준점을 설치했다.

 

앞으로 구는 새로운 경계 설정을 위한 지적재조사측량, 토지소유자 의견 청취, 경계결정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지적공부를 새로이 작성할 계획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주민들은 수십 년간 묶여 있던 재산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서울형 지적재조사 시범사업’의 모델로 활용될 예정이다.

 

토지소유자들은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판결만 받으면 된다고 해서 5년을 소송했는데 분할이 안 된다고 해서 너무 괴로웠다”라며“몇십 년을 고생했는데 정리만 될 수 있다면 1~2년 기다리는 건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구 관계자는“토지분할 규제로 오랜 기간 고통받아 온 주민들의 입장에서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라며“소유권 정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철저히 살피고, 언제나 주민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는‘내편중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