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마을의 쓰레기 분리수거, ‘배려’가 먼저입니다

더뉴스인 주재영 기자  전북 부안군의 한 작은 시골 마을. 평화롭고 조용한 이곳은 대부분이 고령자로 구성된 마을로, 하루하루를 정직하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삶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하지만 요즘, 이들에게 크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걱정거리가 생겼다. 바로 ‘쓰레기 분리수거’다.

 

분리수거는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에게는 이 간단해 보이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무거운 포대에 하나하나 나눠 담고, 구분해서 배출하는 일은 허리와 손이 예전 같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큰 노동이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숨을 몰아쉬며 내놓는 그 과정은 생각보다 벅차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다. 일부 수거 담당자들이 잘못된 분리수거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어르신들을 질책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이걸 왜 이렇게 버리셨냐”며 나무라는 말 한마디에, 어르신들의 마음은 움츠러들고 상처를 입는다.

 

“우리도 잘하고 싶은 마음은 다 있어요. 근데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보니 자꾸 실수하게 돼요. 그래도 따뜻하게 말해주시면 더 노력하게 돼요.”

 

마을 어르신들의 이 한마디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분리수거는 단순히 쓰레기를 분리해 내놓는 규칙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말 한마디가 어르신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마을 전체에 따뜻한 온기를 퍼뜨릴 수 있다.

 

부안군 관계자분들께 바라는 건 어렵지 않다. 한 걸음만 다가서 주세요. 한 톤만 낮춰 주세요. 그리고 한 번만 더 이해해 주세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금, 진짜 ‘잘 되는 행정’은 단지 규정을 지키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주민들의 마음까지 살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정의 출발점이다.

 

분리수거, 때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장 강력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